2018-09-19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늙은이의 팔뚝에서 푸릇한 뭉개진 흔적을 보고 나는 그것이 무슨모양이었을까
상상을 하게된다.

일종의 젊음의 객기로 몸에 남은 그림이 시간의 흐름앞에서 살결만큼이나
그리고 기억만큼이나 허무하게 무너져내려감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늙음의 안타까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건지

늙음이 다가옴에 대한 초조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건지

중심을 잡지못해 망해버렸다.  


내 첫 글의 제목은 파란 물고기였다.

그렇게나 글속에서 다른사람이 되어보고싶었는데 결국엔 내 팔뚝에 새겨진 파란물고기를 제목으로 정한걸 보면 인간은 그냥 다 거기서 거기 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적부터 나는 글을 너무 쓰고싶었다. 왜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지만 글을 쓴다는 행위가 인간이 할수있는 가장 고귀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던것같다.

어린 내가 할수있는 노력은 일기를 아주 열심히 쓰는것밖에 없었는데

어느날 몇년전 일기를 쭉 읽어보게되었고

내가 너무 별로인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게되었다.

사실대로 쓴 일기는 투정뿐이었고

정성들여 쓴 일기는 멋짐을 뽐내고 싶어서 환장한 치기어린꼬마애같았다.

내 노력의 흔적이 구린나를 증명하는 일이 된것같아서 너무나 슬펐고 한참동안 다른사람의 글도 읽지 않았던것같다.


그 이후로 나는 글을쓰는것에 큰 공포를 느꼈던것으로 기억한다.

대학교때 레포트 쓰는일조차 너무 힘들었고

졸업논문 서문만 이주동안 쓰면서

역시 나는 글렀어 라는 생각으로

문학소녀의 꿈을 그렇게 접어버렸다.  


지금의 나는 그래도 너무나 다행히 글을쓰는일과 그리 멀리않은 일을 하며 살고있지만

알수없는 갈증같은것을 한번씩 느낀다.


그래서 고민고민 끝에 소설이라 말하기 너무나 초라한 짧은 글 하나를 완성했는데


글을 쓰고 나서 나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할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너무 잘써서 역시나 나는 글을 쓸 사람이었어! 라고 느끼며 작가가 될 준비를 하거나

진짜 드럽게 못쓰네 역시 읽는거랑 쓰는건 다른거였어. 라고 생각하며 영원한 독자로 남거나

그런데 역시나 미련이 많은 나는

내가 처음으로 쓴 글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않자
아 저건 내 첫작품이 아닌것같애

라는 제 3의 생각에 도달했다..

하긴 뭐 결정을 내릴필요는 없으니까..




두달간 글쓰기를 배우면서 깨달은건

가사쓰는것과 소설쓰는것은 수학과 음악만큼이나 다르다는것이었고

또한 나는 비문천재라는것이었다.

문학을 배우기전에 글의 구조부터 배워야 했던게 아닐까 ㅠ



비록 어떠한 결과를 남겨주진않았지만 두달동안 문학을 꿈꾸었던 시간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참 행복했다.

문뜩 내가 엄청나게 외로웠구나 라고 느끼기도 했고..


풀지못한 꿈이 있다는 건 평생 패배자같은 기분을 안고사는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좋아했던것을 그냥 소중하게 한번씩 들춰보는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기로했다.

ps. 배움은 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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