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하지 못한 쌀국수 정복기   


안녕하세요 얼마전 쌀국수 투어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온지 몇주 지난 박별입니다.
사실 진짜 쌀국수 투어를 하러 간건 아니고 그냥 놀러 간거였는데
정신차려보니 하루에 한끼는 꼭 쌀국수를 그것도 두그릇씩 먹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거 이동네 쌀국수를 내가 정복해보겠다! 라는 야망을 갖고
열심히 지도를 봐가며 돌아다녔는데 결국은 정복 못했습니다.
맛있는데가 너무 많아요 그리고 진짜 인간적으로 위장이 너무 작아요.
아니 인간이니까 작은거겠지만..
아 그리고 보통 쌀국수 집은 아침에 열어서 낮에 닫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내가 뭐 꼭 거기까지 가서 늦게 일어나고 막 그래서 못먹고 그런건 아니고..
아무튼 이 포스팅은 정복하지 못한 쌀국수의 정복기쯤 되겠습니다.

아 저는 여행을 태국으로 다녀왔습니다. 벌써 몇 번째 방문인지 모르겠네요. 사실은 네 번째입니다.
많은이들이 꼽는 태국의 여러 가지 매력 중에 제가 제일 선호하는건 태국의 음식인데요.
남들은 질색하는 시고 맵고 짜고의 조합을 워낙 좋아해서..
게다가 이전까지는 못먹었던 팍치 (a.k.a 고수, 코리엔더, 샹차이) 도 이제는 조금은 먹게되었네요.
왜냐면 주문할때마다 팍치 빼달라는 말을 까먹어서 강제로 먹다보니 먹어지더라구요.
뭐 다 이렇게 시작되는거 아니겠어요.
거의 대부분의 쌀국수에 팍치가 들어갑니다.
그러니 이 풀을 싫어하시는분들은 주문시에 “마이 싸이 팍치” 라고 말해주세요.

쌀국수는 태국말로 ‘꿔이띠여오우’ 정도로 발음하는것 같습니다.
국물있는건 ‘남’ 국물 없이 비비는건 ‘헹’ 이라고 하더라구요.
면 굵기는 세네종류로 넓은면, 중간면, 제일 가는면, 그리고 라면사리처럼 생긴 밀가루면이 있구요.
국물은 주로 고기가 들어가는 진한 국물의 타입과
오뎅이 고명으로 올라가는 맑은 국물의 타입으로 나뉘어졌던것 같네요.
똠얌꿍의 국물로 쌀국수를 만드는 똠얌누들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시도해보지 못했고..
아 그리고 쌀국수 먹으러 가면 테이블마다 양념통이 비치되어 있구요.
주로 네 가지의 양념이 있습니다.
고춧가루 같은것, 액젓 같은것, 고추가 들어간 식초 같은것,
그리고 잘 모르는 하나ㅋㅋㅋ..에 이것은 100퍼센트 체험에 의한 기록이기 때문에
정확하면서 확실한 정보는 각자 검색에 의지하시길 바라면서..
아무튼 저는 고춧가루는 필수로 한숟갈 정도 넣었구요.
거의 대부분의 쌀국수에 고추가 들어간 식초 같은것도 한숟갈 둘러 먹었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쿰쿰한 맛은
이 식초 같은거에서 나오는것 같더라구요.
액젓 같은것은 피쉬소스인데 짜질까봐 넣지 않았습니다.
간 안맞는 분들은 이거 더 넣으심 될거 같아요.

사설이 길었으니 이제부터 사진 나감니덩



아마 방콕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대부분 아실 카오산로드 근처의 나이쏘이라는 소갈비 국수집이에요.
태국 음식 초보자도 쉽게 먹을수 있는 무난한 맛이구요.
고기는 마치 갈비찜의 그것처럼 부드럽게 잘 넘어갑니다.
국물도 진하니 갈비탕 맛 나구요. 안에 들어있는 야채는 아마도 공심채 같은데
정확한건 잘 모르겠어요. 쌉쌀하니 같이 먹기에 좋아요.
처음 이 가게에 갔을때 30밧이었거든요.
한국사람들이 가서 주문 어떻게 해야할지 멍 때리고 있으면
샤프하게 생긴 청년이 와서 쏘.갈.비.국.쑤.쌈.씹.밧 이라고 말해줘서 엄청 웃겼는데
지금 50밧인가로 올랐네요. 그래도 기념삼아 먹어볼만 합니다.



이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쌀국수에요. 이것도 카오산로드 근처에 있는데 찌라옌타포 라는 오뎅국수집인데
외국인들 가면 자연스럽게 팍치는 빼주더라구요. (이건 위에 나이쏘이도 마찬가지)
저 오뎅이 별거 아닌듯 엄청 맛있었어요. 국물도 제가 좋아하는 맑은 맛.
아마도 미원의 힘을 빌린것 같은 감칠맛이었지만 뭐 어때요 들통으로 들이 마실것도 아닌데.
아무튼 한번 먹기는 아까워서 다음날 한끼에 나이쏘이 한그릇, 옌타포 한그릇 두그릇씩 먹었네요.
이때부터였을까요.. 쌀국수 한그릇으로는 배가 안찼던게.. (아련)



다음은 치앙마이의 어묵국수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마이너한 가게들도 있고 위치가 기억 안나는 경우도 있으니
가게 설명은 생략할게요. 여기는 특이하게 저녁에 열어서 새벽에 닫는 집이에요.
술 먹고 먹는 국수 한그릇의 맛을 아는 사장님인가봅니다. 허허허.
특이하게 어묵이 손톱만하게 뭉쳐져있어요. 상추도 한 장 얹어주는데 같이 먹으니까 맛있더라구요.
의외의 조합이었네요.



이것 역시 소고기 국수에요. 씨파...라는 이름의 국수집이고 저는 지금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름이 씨파.. 읽다가 딱히 기분 상하거나 그런건 아니시죠. 하하하
씨파는 태국어로 blue를 뜻한다고 하네요. 투명에 가까운 ㅆ ㅣㅍ ㅏ...
음 여기는 나이쏘이의 소갈비국수와 비슷한 맛이었는데 덜 짰던 기억이 있고
팍치 빼달라는 말을 빼먹어서 같이 먹었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소고기를 종류별로 선택할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기완자, 생고기, 갈비 이렇게 있고. 전 물론 셋 다..
그런데 완자에선 고기 잡내가 좀 나길래 다음에 갈땐 빼달라고 했네요.



동네에 있던 어묵국수집이에요. 특이하게 면 굵기를 물어보지도 않고 제일 굵은 면으로 주더라구요.
원래 중간면으로만 먹었는데 굵은면도 쫄깃한 식감이 나쁘지 않았어요.
태국 오뎅이 좀 오독오독하다고 해야되나. 우리나라처럼 스무스하게 부서지는게 아니라 뽀독거리는데
그 식감이 저는 엄청 좋더라구요.
사진에서 4시 방향에 있는 오뎅이 그런류였던것 같습니다.



이쯤되니까 내가 이걸 왜 쓰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건 전날 갔던 투명에 가까운 ㅆ ㅣㅍ ㅏ..를 또 가서 시킨
소고기 국수집의 국물 없는 버전이에요.
완자만 빼서 먹었고 양념같은거에 면을 비벼서 주는데 후루룩 잘 들어갔으나
제가 워낙 국물요리를 좋아해서 그런지 국물있는거 20번 먹으면 한번 정도 먹고 뭐 그럼 좋겠더라구요.



사실 전날 아예 마음먹고 쌀국수집 도장깨기(...)를 하러 돌아다녔는데
너무 늦게 나선 바람에 세군데나 못갔거든요. 그래서 이 날은 전날 못갔던 국수집들을 마구 돌아다녔어요.
어제 먹은 오뎅국수 옆옆집인데. 사실 전날 먹은것만 못했어요.
특이하게 만두가 들어있더라구요. 만두는 맛있었음



바로 이어서 간 옆가게의 오리국수.
오리국수는 처음먹어봤는데 국물은 소고기 국수랑 다르지 않았던거 같아요.
한약맛도 나고 간장 굴소스 뭐 그런맛도 나고
그런데 껍질 자세히 보니까 오리가 제모가 덜 됐더라구요. 하하하.
털은 서비슨가. 하하하.



여기는 특이하게 가게 양 옆으로 육수통이 두 개가 있고
그냥 국수 시키면 왼쪽, 매운거 시키면 오른쪽 육수통에서 주더라구요.
일단 맛이나 볼까 하고 맑은 국물 닭고기 국수를 시켰는데
오?? 헐?? 적당히 맑은 오뎅국물류이지만 고기의 깊은맛이 첨가된 맛 정도?



그래서 앉은자리에서 국물까지 싹 비우고 한 그릇 더 를 외쳤습니다.
이번엔 소고기 국수 매운맛으로 달라고 했죠. 음. 나쁘지 않았지만.
그다지 맵지도 않고. 그래서 고춧가루도 한번 더 둘렀고.
저는 이 가게는 맑은 국물이 더 맛있었어요.
여기 똠얌 국수도 팔던데 이걸 못먹고 와서 아쉽네요.



이건 번외인데 일단은 쌀국수니까..
시장에서 사먹은 누들샐러드에요. 흔히 버미샐리라 불리우는 면에
돼지고기 비계 튀긴거, 각종야채, 그리고 팍치를 인심좋게^^ 넣고^^
익숙한 간장 고춧가루 양념 넣고 비벼주더라구요.
팍치맛 나는것만 빼면 낯설지 않은 비빔국수의 맛이었어요.



중간에 뷔페를 한번 갔었는데 거기 쌀국수 코너가 있더라구요.
이것저것 시도해서 먹어봤지만 역대급으로 맛없었던 쌀국수



지나가다 쌀국수를 판다길래 끼니때가 아니고 심지어 배도 안고팠는데 한번 들어가봤어요.
불안하게 이 메뉴 저 메뉴 다 파는 집이라서
일단 그동안 안먹어본 튀긴 돼지고기를 고명으로 얹은 국수를 시켜봤는데 폭망..
면만 건져먹고 나왔어요.



이것도 요즘 여행자들 사이에서 핫한 국수에요. 일명 끈적국수라고.
원래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튼 소문만 듣다가 갔는데 장사가 엄청 잘되더라구요.
손님도 많고. 면을 감자전분으로 만들었댔나 그래서 엄청 끈적거려요.
국물은 음 라면스프 같은 맛? 계란 풀지 안풀지 물어보는데 풀었더니
정말 계란 들어간 퍼진 라면 먹는 맛이었어요.
경험상 먹어보긴 좋았는데 딱히 제 입맛엔 아니어서
옌타포 가서 한그릇 더 할까 했는데 문 닫았더라구요.
수요일은 쉬는 날인건지.ㅠㅠ 드물게 한끼 1국수 한 날이었네요.



이게 사실 제가 태국 처음 가서 먹었던 쌀국수에요.
밤에 여는 노점에서 파는 쌀국수였는데 그때는 진짜 충격적으로 맛있었거든요.
저 빨간 돼지고기도 맛있었고. 근데 오랜만에 갔더니 맛이 변한건지 제 입이 변한건지.
이번엔 충격적으로 맛이없어서 역시나 면만 건져먹었어요.
이게 이번 여행에서 먹은 마지막 국수였다는게 가슴이 아프네요.ㅠㅠ




그리고 이건 정말정말 번외시리즈로 동네 친구들이랑 술먹고 있는데
우리나라 술집 돌아다니면서 파인애플이나 찹쌀떡 파는 아저씨들 있잖아요.
그 아저씨들처럼 술집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뭔가 파는 아저씨가 있더라구요.
로컬 친구들이 아저씨를 불러서 한그릇 먹자고 하길래 뭐냐고 물어봤더니
chip dancing 이라고.. 읭? 칩 댄싱?? 음식 이름에 왜 댄싱이 들어가는지
이 음식을 먹기전엔 미처 몰랐졍... 아저씨한테 한접시 달라 그랬더니
무슨 들통 같은거에서 뭘 한국자 뜨더니 거기에 이것저것 양념쳐서 주네요.
친구들이 이거 빨리 사진 찍으라고 이거 다른 동네 음식인데
여기서도 구하기 힘들다고 빨리 찍어! 먹어! 어때! 굿? 하길래
일단 입에 집어넣어봤더니.. 오우 입안에서 새우가ㅋㅋㅋㅋㅋ 춤을ㅋㅋㅋㅋ 추는ㅋㅋㅋㅋㅋ
이게ㅋㅋㅋㅋ 우리나라에서 젓갈 담그는 그 작은 새우들을
여기에서는 생으로 양념 뿌려서 먹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더라구요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엔 당황했으나 양념이 무척 맛있어서 게다가 술안주로 굿..
맵고 짜서 맥주를 부르는 맛이었어영.



여기까지가 저의 정복하지 못한 쌀국수 정복기입니다.
언젠가 나머지 못간 가게들을 갈수 있는 날이 오겠졍.
그리고 다음번에 가면 한끼에 세그릇은 먹고싶네요.
그날이 올때까지
그럼
20000
  


열차 안에서   


남들은 맛 없고 비싸기만 하다는 기차 밥을
너무 맛있어서 후루루룩 먹어치우고 나니
속이 더부룩 해서 잠이 안오는 오후 9:49분.
그렇게 싫어하던 그린커리의 감칠맛을 기차에서 깨닫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음과 동시에
이 나라는 올때마다 단 한번도 나에게 음식으로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한번 더 깨달았다.
덕분에 한끼에 쌀국수를 두그릇씩 먹고 다니며
식탐대폭발잔치를 벌였는데 한국 돌아가면 쌀국수 정복기를
간단하게나마 풀어볼까 한다. (스포:정복못했음)

너무너무 좋은 친구들과 끝내주는 며칠을 보내고 방콕으로 돌아가자니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이제 며칠 뒤면 떡볶이를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계속 드는 생각이지만 이래서 어른들이 여행은 어릴때 많이 다녀놔야 한다고 했나보다.
거 머리 좀 컸다고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것들이
(혹은 견딜만 했던것들이) 이제는 불편하고 아쉽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여행 다니면서 쓸데없이 절약하는 버릇이 습관처럼 남아있어서
1등석 남은 좌석을 물어보지도 않고 당연하게 2등석을 예약했는데
두 클래스의 차이가 한국돈으로 고작 만원이 안된다.
최소 14시간 반 혹은 그 이상을 지내야 하는 공간에서의 쾌적함과는
비교도 할수 없이 저렴한 가격일텐데..
후회하기 싫지만 자꾸 후회가 된다.
그러나 어쩌나 이렇게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 쓴 상태로
아직 8시간 반을 더 가야하는걸.
하지만 1시간 걸리는 국내선, 9시간 걸리는 버스를 제쳐두고
앞 뒤 안보고 예매했을만큼 1등석이든 2등석이든 상관없이 침대열차는 언제나 나의 로망이다.
그렇지만, 재차 말하지만, 20대 초반의 나는 도대체 어떻게 인도의 SL 클래스에 누워서
20시간,40시간을 타고 다녔던건지.. 역시 여행은 어릴때 더 많이 다녀둬야 하는것 같다.

옆 침대에는 영국 남매와 부모가 타고 있는데
태국의 2등석 침대 기차 안을 서슴없이 맨발로 돌아다니는 저 금발 애기들을 보면서
저 아이들의 이번 여행이 앞으로의 삶에 어떤 여행을 끼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저만할때부터 이런 기차 타고 다니면서 태국 레이디보이 언니랑 서슴없이 장난치고 그랬더라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하는 뭐 그런 생각들.
그나저나 앞으로 남은 8시간 반 (혹은 그 이상)동안 뭐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잠도 안오고 책도 눈에 안들어오고 아무튼 우리 존재 화이팅.


아 맞다
이번 여행에서의 나의 어처구니없음
1.책을 보겠다고 두권 가져옴
->한권의 절반도 못 읽음 심지어 나머지 한권은 카프카의 변신임
(이 포인트에서 웃으시면 됩니다)
2.사진을 찍겠다고 디카,필카,필카 스트로보,필름 6통을 챙김
->아이폰 카메라가 이렇게 좋은줄 몰랐어요
필름카메라 올때 공항에서 딱 한장 찍음
3.하루하루 지날수록 배낭에서 어처구니 없는것들이 나오고 있음
예를 들면 족집게라던가 한국에서도 안입는 반팔티 같은것들.
대체 쓰지도 않을 빈 파우치는 왜 담아왔으며
쓰지도 않을 디카의 무거운 충전기와 리더기
그리고 디카로 찍은 사진을 옮겨담을 usb에
아 맞네 그림 그리겠다고 무거운 스케치노트에 펜 연필 지우개도 다 챙겨옴 하하하!!!!
다 버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눌러담느라 고생했다.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음' 에 얼마나 큰 재능이 있는지
까먹고 있었던것 같다.
오 글 쓰면서 30분이나 보냈당
타국의 야간열차에서 페북에 보낼 메세지를 작성하고 있다니
스마트한 배낭여행에 적응할려면
역시나 시간이 좀 필요할것 같다 아무튼 우리 존재 빠이팅

2013 괌   



다른나라에 가는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이번에 다녀온곳은 그간 다녔던 곳에 비해 제법 좋은 나라였다. 좋은 나라의 기준이 뭔지 통 모르겠다만 흔히 말하는 선진국이었으니까 일단 좋은 나라라고 해두고, 어쨌건 여유와 인정이 넘치는 남국이었다. 멀리서 온 이방인이 보기엔 모두가 웃고 있고 모두가 행복해보였다. 거의 모든 내국인이 80키로 이상의 몸무게를 유지하는듯 했고 마트에 가서 티셔츠를 살려고 했더니 모두 XXXL 원사이즈 통일. 만약 그 중 누가 몸무게와 행복은 비례한다고 베이비, 라고 말했다면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원없이 수영을 했다. 바다에 있다가 다시 수영장으로, 수영장이 질리면 다시 바다로. 적도 부근의 태양은 극동지방의 그것과는 달리 솔직하다. 덕분에 한동안 영하13도의 날씨에도 까무잡잡한 얼굴로 돌아다녀야할것 같다. 이곳에서 초록에 가까운 바다를 보며 살면 평생 화도 안내겠지. 온몸이 까맣게 탄다 해도 좋을거 같았다. 오픈워터 라이센스를 따고 수중환경이 그렇게 좋다는 이 곳에서 매일 물질을 하고 햇빛을 쬐고 바다를 보고. 물론 여행이 아니라 생활이 되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은 피해가면 됩니다.

한참 여행다닐적에 한두달 다니는 배낭여행자들에게 으시대는 장기여행자들이 그렇게 꼴사나워보일수 없었다. 옛날에는..으로 시작되는 나이 먹은 사람들의 추억팔이는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옛날에, 불과 몇년전 얘기긴 해도 스마트폰 없이 여행할때가 참 좋았는데. 어쩌다 발견하는 인터넷까페에서 밀린 메일을 확인할때의 반가움, 답장을 할때의 흥분, 낯선 곳에서의 불안이 적당히 섞인 설레임. 이런것들이 스마트폰 덕분에 전부 다 사라져서 나도 모르게 옛날이 더 좋았는데. 라고 생각했다. 근데 진짜로. 스마트폰 없이 하는 여행이 더 좋았는데.



여름과 벌레와 나   

자칫 못 먹을뻔 했던 오늘의 저녁  



몇년전 여름에 너무 더워서 창문을 열어놨다. 원래는 잘 안여는 창문이었는데 문을 열어뒀더니 생전 처음보는 날벌레가 한마리씩 들어왔다. 처음에는 여름에 잠깐 생기고 마는 초파리겠지 싶어 그냥 뒀는데 방으로 들어오는 날벌레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바닥에 죽어있는 벌레를 치우고 돌아서면 그 자리에 두세마리가 누워있다. 아주 작은 벌레가 날아들어오기 시작하더니 하루 지나니까 좀 더 큰 벌레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습지만 나는 사람이고 얘는 고작 날벌레에 지나지 않는데 위압감을 느꼈다. 내 방에 들어와 날라다니는 그 벌레가 이제부터 여기에 살아야겠다며 온가족 다 데리고 당당하게 이사온듯한 느낌. 그때 느낀 공포는 실로 대단했다. 이 많은 양의 벌레가 한꺼번에 나타나려면 분명 집 안에서 알을 깐게 틀림없는데. 아니 세상에 내 방에서 벌레가 알을 까다니. 한번에 수백개씩 깔텐데. 으악. 끔찍했다. 속이 미식거렸다. 내가 자는 사이에도 벌레들이 점점 늘어날거 같고 등뒤에서 온갖 벌레들이 잔뜩 날아다니고 있을거 같고 심지어 몸을 기어다니는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란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물론 깜짝 놀라서 보면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창문을 닫고 약을 치고 남아있는 벌레를 다 죽이고 집을 다 들어엎고 대청소를 해도 공포는 가시지 않았다. 집에 개미도 한마리 없고 가끔 여름되야 바퀴벌레나 나올까 한 집이었는데 이름도 정체도 모를 초파리 사이즈의 작은 날벌레가 사람을 궁극의 공포로 몰아갔다. 내 공간을 내가 컨트롤 할수 없다는 공포는 생각보다 꽤 무섭다. 세상에서 제일 아늑한 공간이어야 할 집이 더이상 편히 쉴수도 없고 마음 놓을수도 없는 공간으로 변한다. 잠을 자도 편치가 않고 밥을 먹다가도 문득 생각이 나면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딱히 벌레가 더럽다거나 병을 옮긴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컨트롤". 이 집은 이미 내 컨트롤 안에서 벗어난거고 내가 모르는 일이 어딘가에서 벌어질수도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다행히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그 까맣고 작은 날라다니는 벌레로부터 자유로워질수 있었다.

또 다시 여름. 언젠가부터 작은 벌레가 방에서 기어다니고 날라다니기 시작했다. 처음보는 벌레네.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갈색의 동그랗고 언뜻보면 벌레같지도 않은 아주 작은 벌레. 어느 순간 이것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베게밑에서, 책상 위 유리 받침대 사이에서, 침대 아래에서, 식탁위에도, 마우스 옆에도. 응? 언제부터 여기있던거지? 그 전까진 어디있었지? 설마 내 몸? 도대체가 듣도 보도 못한 벌레가 어디에서 이렇게 나오고 있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또 다시 내 방에서 내 컨트롤 밖의 일이 생겨나고 있었다. 신경은 점점 예민해졌고 새벽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하고 있으면 작은 뭔가가 몸을 기어다니는 환각에 시달렸다. 군데군데 약을 치고 방을 엎고 청소를 해도 어디선가 계속 기어나왔다. 어디지? 뭐야. 어디서 나오는거야. 너네 대체 뭐야. 이 작은 벌레들이 한곳에 모여 부글부글 끓고 있는 장면이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떠올랐다. 내 방 안에서 알을 깐게 틀림없어. 으악. 알들이 모여있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간만에 저녁을 그럴싸하게 챙겨먹기로 했다. 며칠째 벼르던 콜드 파스타를 해먹었다. 여름이니까. 스파게티 면을 데치고 특제소스를 만들고 새우도 데치고 양파도 썰었다. 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완성하고 마지막으로 파슬리를 뿌리려고 뚜껑을 여는순간,
거기에 그 갈색의 동그랗고 작은 벌레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수북히 쌓인 파슬리 숲에서 끊임없이 기어나오고 있었다. 아 진짜 왓더 뻑..

당장 벌레 잡는 약이 바닥에 고일때까지 뿌리고 파슬리 통이 있던 주변까지 싹싹 다 치웠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 왠지 이게 전부가 아닐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으악. 빨리 여름이 끝났으면 좋겠다.

채동우 2012/08/26    
아. 초파리를 해파리로 잘못읽었어요ㅋㅋㅋ..
읭?.............
상상해버렸어
김건동 2012/10/02    
왓더 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2007.12~2008.3
여행의 기록





아루 2012/05/27    
곰돌이 인형으로 여행사진남기기..뭔가 분위기있고,멋진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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